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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뚜기떼와 새떼의 차이는

-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이종수(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1/16 [20:26]

[기고] 메뚜기떼와 새떼의 차이는

-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이종수(수석논설위원) | 입력 : 2020/01/16 [20:26]


 

빨갛게 익어가는 능금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에 어느 날 하늘이 안보일 만큼 새까맣게 뒤덮은 메뚜기 떼가 과수원을 습격했다. 말할 것도 없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 수십만 마리의 메뚜기 떼는 아무런 책임도 없이 유유히 사라졌다.

또 다른 과수원에는 까마귀, 까치 독수리까지 날아들어 절반이상의 과수들이 낙과가 되거나 상처를 입어 사실상 상품가치를 잃었다. 전자에 대한 대책은 없으나 후자에 대해서는 유해조류라는 명칭과 함께 대대적인 살포작전이 진행됐다.

수렵허가도 나고 그물망도 치는가하면 독성이 든 먹이도 곳곳에 뿌려졌다. 작금의 한국 언론의 정황을 보노라면 앞서 언급한 두 곳의 과수원을 보는 듯 하다.

전자는 막강한 개체수로 일시적인 영향력을 갖췄으나 제도권 밖이라는 점과 법률적 책임을 물을 만한 기반이 없다보니 속수무책이지만 후자는 정기간행물 등록부터 사업자 등록은 물론 법인체가 아니면 정치기사도 쓸 수 없는 제도권내의 울타리에 있는 매체들이다.

사회적 관계망 일명 SNS는 다양한 방법으로 급성장하면서 포털을 대표언론사로 인식할 만큼 사회적 인식에 탄탄한 기반을 잡았으나 일선 언론사, 특히 오프라인 매체들은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는 가운데 변화에 따른 생존방법을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니 무슨 정론직필이고 사회정의를 구현할 여유가 있을까. 전자는 어떤 사건이든 개개인의 상상력과 전해들은 타인의 정보까지 검증도 없이 첨부되는가 하면 자극적인 문구와 별별 가짜뉴스가 더해진 채 네티즌들의 입맛을 돋운다.

당연히 조회 수도 상승하고 일명 좋아요, 구독신청을 더하면서 하늘높은 줄 모르고 인기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면 말고 일단 말초신경과 흥미를 돋굴만한 정보라면 진위여부는 다음이다. 반면 제도권내에 있는 언론은 어떤가.

동네 인터넷뉴스부터 지역신문, 지방신문, 중앙지는 물론 전문지까지 모든 매체들과 방송들은 심의규정 또는 기자윤리강령, 언론중재위원회, 등 사실이라 하더라도 까다로운 관련법을 넘어 진실을 보도하기에 산 넘어 산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독자, 국민들의 관심에서 2등이 아닌 꼴찌를 달리다보니 구독의 선택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혹할 만큼 민감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슈는 죄다 SNS 차지가 되다보니 진짜뉴스는 언제나 뒷전이다.

책임 없는 메뚜기 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새떼들의 수난시대다. 언론은 참으로 사회구성의 소금 같은 존재임에도 점차 중요성만 남아 있지 존재의 기반은 미약해지고 있다. 막상 문제만 제기했지 대안이 없는게 현실인진데 최근 문대통령의 관심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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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나 불법 유해정보로부터 국민 권익을 지키고 미디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각별히 노력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미디어와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정보량도 엄청나게 빠르게 늘고 있다며 방송 매체 간 규제 불균형,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 한류 콘텐츠가 막힘없이 성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 달라는 부분이다.

새떼들은 가짜뉴스를 만들 수도 만들어서도 안 되는 환경 속에 있다. 당장은 새떼들이 메뚜기 떼들에게 자릴 내주고 있지만 종래에는 기능과 역할, 가치와 원칙이 필요함을 공감하는 시기, 다시 언론이 존중받고 언론이 스스로 제 역할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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